
[박진수 칼럼] 더 큰 바다로 가자
지난 2008년 2월 20일 이명박 정권 인수위 시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손 대표는 인수위 측이 주장해 온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살리는 대신 해양수산부는 폐지하는 데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해녀(해양+여성) 구출작전'을 펼치겠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전 민주당이 정부 조직개편에 지나치게 발목을 잡으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정치적 계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덕분에 여성부는 살아 남고 해양부는 사라졌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다는 여성보다 약했다'였다.
지난달 25일 경남 진주의 경상대에서 열린 국제지역연구학회 학술대회장. 해양 관련 세미나여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해양수산부 부활 문제에 관심이 모아졌다. 해수부 부활도 좋지만 해수부 폐지가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결정된 만큼 앞으로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방안들이 쏟아졌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해수부 부활을 공약하고 있으나 언제 또 정치적 셈법으로 해수부 부활 약속을 어길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해수부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로 해양 수산 분야를 부각시켜 헌법상 보장을 받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해양 통합행정기구 필요성 절실
세계해양포럼서 생산적 논의 기대
과거 해수부 시절 해양과 수산업무만 관장토록 함으로써 해양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이 부처 폐지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바다가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식량으로서의 해양생물자원,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의 해양광물자원, 조력 파력 같은 해양에너지자원이 그것이다. 해양플랜트, 해양바이오, 해양레저관광사업도 바다가 선물하는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점이 부각돼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특히 독도나 이어도와 같은 영토분쟁과 관련, 해양주권을 지키는 일과 해양오염 방지업무까지 신설되는 해양수산부처에 귀속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세미나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부활되는 해양수산부가 단순 부활이 아닌 해양 통합행정기구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것이 종합적인 결론이었다.
그리고 국민들이 해양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통합 행정기구의 존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에 참석자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역시 물탄개과(勿憚改過)라. 공자 말씀이 아니더라도 잘못을 고치기에 우물쭈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느낀 소회는 비록 해수부가 일시적으로 없어지긴 했지만 이런 아픔을 겪고서야 제대로 된 조직이 만들어지는가 보다 하는 긍정적인 자기반성이었다.
마침 지난 31일은 열일곱 번째 맞는 바다의 날이었다. 이어 오는 4일 제6회 세계해양포럼이 열린다. 한국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귀중한 초석을 놓는 작업을 해 온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해양포럼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블루 이코노미 혁명과 해양 거버넌스'이다. 해양과 관련된 법제와 기구 조직을 통틀어 해양 거버넌스라 한다. 바다에 선을 그을 수 없듯이 해양 거버넌스, 특히 국제간 해양 거버넌스는 개념만 있을뿐 아직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못한 단계다. 이러한 때 부산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해양 거버넌스를 논한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며 도전적이고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한편 해양 거버넌스가 국제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이 아직 통합적인 해양 거버넌스를 구축하지 못한 점은 다소 부끄러운 일면이 있다. 이번 포럼에서 한국 해양 거버넌스의 방향성과 영향성 등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기 바란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서의 바다를 연구하고 개척해 나가자는 '블루 이코노미 혁명'도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 증대를 위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다. 국제적인 약속들이 이루어질 때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해양포럼에서 현실적이고 접근 가능한 의견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우리 인제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로 가졌노라/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뻑은치야/우리 모두 다 가졌구나 큰 바다로 가잤구나.'(김영랑의 시 '바다로 가자' 중에서) 시처럼 더 큰 것을 가지기 위해 우리 모두 더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jspark@busan.com
| 30면 | 입력시간: 2012-06-01 [10:35:00]
출처: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20601000095

